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들은 복잡하고 철학적인 과학 개념을 스토리텔링에 접목시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인터스텔라’와 ‘테넷’은 양자이론에 기반한 시간의 흐름과 현실 인식에 대해 상반된 접근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두 영화가 어떻게 양자이론을 해석하고, 시간 개념과 복잡도를 어떻게 구성했는지를 비교해 과학적, 예술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시간 개념의 차이
인터스텔라와 테넷은 모두 시간의 비선형성을 주요 소재로 다루지만, 그 표현 방식에는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인터스텔라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중력 개념을 바탕으로 시간의 상대성(Time Dilation)을 다루며, 테넷은 엔트로피와 시간 역행(Time Inversion)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인터스텔라에서 쿠퍼가 밀러 행성에 다녀온 후 23년이 흐른 이유는 중력에 의해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상대성 이론에 기반합니다. 이는 실존 이론으로, 블랙홀 근처에서 시공간이 휘어지는 과학적 현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영화는 물리학자 킵 손의 자문을 바탕으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스토리를 구축했기에 시간의 흐름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과학적 정합성을 지닙니다. 반면 테넷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행’ 개념을 전개합니다. 양자역학의 엔트로피 개념, 즉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을 시간의 흐름으로 해석하는 이론을 활용합니다. 테넷의 주인공과 적들이 시간을 역행하며 움직이는 장면은, 현실에서 검증된 이론은 아니지만 양자 세계에서 관측되는 시간 비대칭성을 상상력으로 확장한 예입니다.
과학적 복잡도와 관객 이해도
두 영화는 각각의 방식으로 양자이론을 바탕으로 하지만, 관객에게 전하는 정보의 복잡도와 전달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인터스텔라는 이론물리학의 난해한 개념을 시각적 이미지와 감정 중심의 서사로 완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블랙홀, 웜홀, 다차원 공간, 중력 방정식 등 복잡한 개념이 등장하지만, 이를 가족애와 인류 생존이라는 테마로 감싸 대중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테서랙트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결합되어 과학과 인간성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반면 테넷은 훨씬 난해한 구조로 평가받습니다. 영화는 과학 이론을 서사 내에서 명확히 설명하기보다는 암시적 대화나 시각적 전개로 휘몰아칩니다. 시간 역행이라는 핵심 설정은 이야기 전반에 걸쳐 수학적 설명 없이 전개되며, 일부 장면은 의도적으로 혼란스럽게 구성됩니다. 이러한 구성은 ‘생각하지 말고 느껴라’라는 대사처럼, 이론적 기반보다는 직관적 체험을 유도합니다.
양자이론의 접근 방식
인터스텔라와 테넷 모두 양자이론의 영향을 받은 영화이지만, 그 접근 방식에는 철학적 성격과 과학적 기반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인터스텔라는 실존 과학자 킵 손이 이론 자문을 맡아, 실제 과학 이론과 데이터 시뮬레이션에 기초해 제작되었습니다. 블랙홀 ‘가르강튀아’의 묘사는 이후 실제 천문 시뮬레이션 연구에 영향을 줄 정도로 정밀한 렌더링을 보였고, 이는 이론과 시각 예술의 융합 사례로 주목받았습니다. 양자중력과 다차원 이론 등 고차원 물리학 개념을 서사에 적용하면서도, 이론물리학의 한계 내에서 작품을 구성했습니다. 반면 테넷은 양자이론 자체보다 양자적 세계관에 더 가깝습니다. 다세계 해석(Many-Worlds Interpretation), 시간의 비가역성, 관측 문제 등의 양자 개념을 철학적 상상으로 풀어내어, 물리학적 정확성보다 세계관의 독창성을 강조합니다. 테넷의 시간 역행 장치 ‘턴스타일’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양자역학에서의 입자의 비결정성과 방향성 문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인터스텔라와 테넷은 모두 양자이론과 시간 개념을 다루지만, 접근 방식과 표현 철학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전자는 실재하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재현, 후자는 철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개념 실험에 가깝습니다. 두 작품 모두 양자이론의 대중화에 기여했으며, 당신이 선호하는 과학영화의 스타일은 어떤 쪽인가요? 이제 두 영화를 다시 보며 시간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정립해보세요.